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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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온도를 재는 정원 · 약 3분

지하 도시의 공기는 늘 정제된 향취를 품고 있었다. 인공적으로 조절되는 습도와 온도 속에서 사람들은 스스로를 완벽하게 관리된 표본이라 믿으며 살아갔다. 이곳에서 슬픔은 질병이었고, 트라우마는 제거해야 할 노폐어였다. '감정 정제 시스템'이 사회의 혈관을 타고 흐르며 불필요한 고통을 거세해낼 때, 사람들은 비로소 평온이라는 이름의 안락에 안주했다. 하지만 그 안락의 대가는 지독하게도 고요한 상실이었다.

서연은 매일 아침 '기억의 정원'이라 불리는 가상 공간의 입구에 섰다. 그곳은 타인들의 기억이 데이터화되어 화석처럼 박제된 장소였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가장 찬란했던 순간만을 골라 반복해서 감상하며, 망각이라는 이름의 은총을 누렸다. 그러나 서연은 그 화려한 꽃밭 아래에 묻힌 썩은 뿌리를 보는 유일한 사람 중 하나였다.

"이번 의뢰인은 어떤 계절을 잃어버렸나요?"

서연이 차가운 인터페이스를 매만지며 물었다. 화면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타인의 기억 속에 숨겨진 감정의 잔해를 추출하여 온기를 불어넣는 '기억 복원사'였다. 시스템이 '불필요'라는 이유로 잘라낸 파편들 사이에서, 그녀는 아직 꺼지지 않은 온기를 찾아내어 조각을 맞추는 일을 했다.

"그저... 가슴 한구석이 시린 것 같아요.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무언가 중요한 것이 빠져나간 기분이에요."

의뢰인의 말에 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타인의 기억을 재배치하며 그들이 잃어버린 계절을 되찾아주는 데 능숙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자신의 과거는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백지였다. 그녀는 타인의 추억을 가꾸는 정원사였으나, 정작 자신은 뿌리 없는 나무처럼 매일의 기억을 망각의 저편으로 흘려보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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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작업용 글래스(Glass)를 착용하고 데이터의 파도 속으로 뛰어들었다. 눈앞에 펼쳐진 것은 누군가의 어린 시절이 투영된 희미한 풍경이었다. 낡은 골목길, 비린내 섞인 공기, 그리고 그곳을 달리는 아이의 웃음소리. 시스템은 이 기억을 '불안정'으로 분류하여 삭제하려 했으나, 서연은 그 속에 담긴 미세한 떨림을 포착해냈다. 그것은 단순한 데이터가 아니라, 누군가의 생애가 응축된 뜨거운 파동이었다.

그녀는 손끝으로 데이터의 결을 쓸어내렸다. 차갑게 식어버린 기억의 파편에 온기를 불어넣는 과정은 마치 죽어가는 식물에 물을 주는 일과 같았다. 하지만 오늘 마주한 데이터는 평소와 달랐다. 기억의 가장 깊은 곳, 시스템이 완전히 삭제했다는 '공백'의 영역에서 낯익은 잔상이 비쳤다.

그것은 아주 어린 시절의 자신과 닮은 소녀였다. 소녀는 무언가를 필사적으로 움켜쥐고 있었다. 서연은 숨을 들이켰다. 그 소녀의 눈동자 속에 담긴, 자신도 모르는 자신의 기억이 비릿한 통증과 함께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정제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슬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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